비올리스트 신경식 "악보의 행간에 개성 녹여 연주했죠"

입력 2021-09-14 17:24   수정 2021-09-15 01:31

“생애 처음으로 나간 해외 콩쿠르에서 우승하니 뜻깊습니다. 더구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인 브람스 이름을 건 콩쿠르에서라니 믿기지 않네요.”

지난 12일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에서 열린 제28회 요하네스 브람스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비올리스트 신경식(23·사진)이 전화 인터뷰에서 전한 우승 소감이다. 1993년부터 열려온 브람스 콩쿠르는 매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성악, 실내악 등 5개 부문에서 경연을 치른다. 올해는 비올라 부문에서 장윤지(20)가 3위를 차지해 경사가 겹쳤다.

브람스 콩쿠르에선 브람스 곡만 잘 연주해선 우승할 수 없다. 결선 무대에선 다양한 시대의 레퍼토리를 소화해야 해서다. 신경식은 본선에서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를, 결선 무대에선 바르톡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는 “독일·오스트리아계 연주자들은 악보에 적힌 지시문을 충실히 따랐는데, 그게 고정관념처럼 느껴져 내 개성을 녹여 연주했다”고 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 게 통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신경식은 주관적인 음악을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하는 콩쿠르가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나간 이유는 단 하나, 브람스였다. “제가 본선에서 연주한 비올라 소나타는 ‘인생곡’으로 여깁니다. 브람스가 말년에 썼던 곡이라 중후함이 묻어나오는 레퍼토리죠. 아직 어린 제가 이해하긴 쉽지 않지만 브람스의 진솔함이 와 닿습니다.”

신경식이 음악을 배우게 된 이유와도 일맥상통했다. 그는 비올라만의 진지하고 직설적인 음색에 이끌렸다고 했다. “어릴 땐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비올라를 연주할 때는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였죠.”

신경식은 13세에 비올라를 처음 손에 잡았다.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늦었지만 성장 속도는 빨랐다. 그는 서울대 음대에 조기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시작이 늦었던 만큼 승부욕이 발동했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더 연습했다”며 “이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음악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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